
솔직히 저는 시카리오 3편이 그냥 말만 무성한 채 없던 일이 될 거라고 반쯤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2편이 나온 게 2018년이고, 그 뒤로 7년 가까이 감독은 바뀌고 각본은 수정되고 파업에 밀리고... 그런데 요즘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베네치오 델토로가 직접 배우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면서, 저도 슬슬 기대를 꺼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줄거리-시카리오가 여기까지 온 과정, 알고 보면 더 놀랍습니다
제가 1편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 각본가가 누구지?"였습니다. 인물의 도덕적 혼란을 이렇게 정교하게 짜는 사람이 신인이라는 게 믿기 어려웠거든요. 알고 보니 각본을 쓴 테일러 셰리던은 40대를 바라보던 무명 배우였습니다. 30대 초반까지 모델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고, 배우로는 경찰이나 보안관 같은 조연 캐릭터를 전전했죠. 커리어의 천장이 보이자 오히려 각본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자신의 출신지인 텍사스 국경 지대의 마약 전쟁을 FBI 신입 요원 시점으로 풀어낸 것이 바로 시카리오 1편의 시작입니다.
이 각본이 블랙리스트(Black List)에 오르면서 판이 커졌습니다. 여기서 블랙리스트란 할리우드 제작자와 에이전트들이 업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미완성 각본을 열람하고 평가·매칭하는 플랫폼으로, 여기 이름이 오르면 제작 가능성이 급상승합니다. 쉽게 말해 업계 내부의 공신력 있는 큐레이션 리스트입니다. 블랙리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시카리오 각본을 눈여겨본 사람이 제작자 바지리환닉이었고, 그는 이 이야기에 암살자의 신화적 구조를 보강해 장기 프랜차이즈로 키울 계획을 세웠습니다.
감독으로는 드니 빌뇌브가 합류했습니다. 그는 감각적인 폭력보다 심리적 압박감을 스크린에 얹는 데 탁월한 캐나다 출신 감독으로, 바지리환닉이 원한 톤과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빌뇌브는 셰리던의 각본을 거의 수정하지 않고 자신의 리듬으로 소화해버렸고, 촬영감독으로는 자연광과 황량한 사막 풍경을 독보적으로 담아내는 로저 디킨스를 앉혔습니다. 여기에 에밀리 블런트, 베네치오 델토로, 조시 브롤린이 캐스팅되면서 칸 경쟁 부문에 내밀어도 될 패키지가 완성됐습니다. 실제로 칸 상영 직후 배급 경쟁이 붙었고, 라이온스게이트가 북미 배급권을 인수합니다.
약 3천만 달러로 만들어진 이 영화가 전 세계 흥행 수익 8천만 달러를 넘기고 아카데미 촬영상 등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출처: 아카데미 공식 홈페이지)되면서 라이온스게이트는 곧바로 프랜차이즈 확장을 결정합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빌뇌브는 할리우드 최상급 대작 감독이 되면서 프로젝트를 이탈했고, 2편 <솔다도>는 이탈리아 범죄 드라마 출신의 스테파노 솔리마가 맡으면서 톤이 바뀌게 됩니다. 제가 2편을 보면서 뭔가 조금 어긋난다고 느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 1편 각본가 테일러 셰리던: 무명 배우 출신, 40대 직전 각본 전향
- 블랙리스트 등재 → 제작자 바지리환닉의 눈에 띄어 프랜차이즈화 기획
- 드니 빌뇌브 연출 + 로저 디킨스 촬영 + 3인 주연 → 칸 경쟁 부문 진출
- 제작비 약 3천만 달러 대비 흥행 수익 8천만 달러 이상, 아카데미 3개 부문 노미네이트
- 드니 빌뇌브 이탈 후 스테파노 솔리마가 2편 연출 → 시리즈 톤 변화
시카리오 3편 카포스, 지금 어디까지 왔나
제가 3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2022년이었는데, 그때도 "시나리오 수정 중"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2023년에는 제작자 몰리 스미스와 트렌트 럭킨이 "개봉이 거의 임박했다"는 식으로 말을 흘렸는데, 솔직히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웠습니다.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합류했다가 이탈했고, 드니 빌뇌브는 자신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으며, 할리우드 작가 파업(WGA 파업)까지 겹치면서 프로젝트 전체가 붕 떠버렸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WGA 파업이란 2023년 할리우드 작가조합이 스트리밍 시대의 보상 체계 개편을 요구하며 진행한 대규모 파업으로, 수십 편의 프로젝트 일정이 한꺼번에 밀렸습니다(출처: 미국 작가조합 WGA 공식 홈페이지).
그런데 작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원래 각본가인 테일러 셰리던이 직접 시나리오를 손보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왔고, 제작자들도 슬슬 구체적인 힌트를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베네치오 델토로가 복귀를 확정하고 직접 다른 배우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조시 브롤린과 에밀리 블런트도 일정 조율만 되면 출연하기로 동의했다는 겁니다. 모두가 이야기의 기본 틀을 알고 있고, 프로덕션 빌드가 끝나면 촬영 일정이 나온다고 합니다.
제목에서 이미 방향이 보입니다. 3편의 가제는 시카리오: 카포스(Sicario: Capos)입니다. 1편 시카리오는 스페인어로 '청부 살인자', 2편 솔다도(Soldado)는 '병사', 그리고 카포스(Capos)는 카르텔 보스를 뜻하는 카포(Capo)의 복수형입니다. 서사의 축이 조직 말단에서 권력의 정점으로 이동한다는 암시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식의 제목 설계는 처음부터 3부작 구조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나오기 어렵습니다.
2편의 열린 결말도 복선처럼 작동합니다. 카르텔 입단 의식에서 소년 갱단원 미겔이 알레한드로를 쏘는데, 그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미겔을 다시 찾아가는 장면은 두 인물 사이의 사제 관계를 암시합니다. 3편의 가장 자연스러운 전개는 정부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알레한드로가 미겔을 데리고 카르텔 내부로 침투해 조직 서열을 따라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테일러 셰리던은 지독하게 구원 서사를 거부하는 작가라서, 미겔이 알레한드로보다 오히려 더 냉혹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기대하는 장면은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케이트와 조시 브롤린의 맷이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순간입니다. 1편에서 윤리적 나침반 역할을 했던 케이트가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잃고 어떻게 변해 있을지, 그리고 맷이 그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심박수가 올라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카리오 3편 카포스 개봉일은 언제인가요?
A. 아직 공식 개봉일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제작자 측에서 프로덕션 빌드가 끝나면 촬영 일정이 나온다고 밝힌 상태이며, 구체적인 날짜는 공표되지 않았습니다. 현재로선 2025~2026년 사이 크랭크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Q. 드니 빌뇌브가 시카리오 3편 감독을 맡나요?
A. 드니 빌뇌브 본인이 직접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1편의 완성도가 빌뇌브의 연출력에서 상당 부분 비롯된 것은 사실이지만, 3편은 다른 감독 체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테일러 셰리던이 각본에 복귀한 만큼 이야기의 뼈대는 살아있을 것으로 봅니다.
Q. 에밀리 블런트가 시카리오 3편에 나오나요?
A. 일정 조율이 되면 출연하기로 동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편에서 케이트 역할이 완전히 배제됐던 만큼, 3편에서의 복귀는 이 시리즈의 주제 의식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공식 캐스팅 확정은 아직입니다.
Q. 시카리오 카포스라는 제목이 무슨 뜻인가요?
A. 카포스(Capos)는 스페인어로 카르텔 보스를 뜻하는 카포(Capo)의 복수형입니다. 1편 시카리오(암살자) → 2편 솔다도(병사) → 3편 카포스(보스들)로 이어지는 흐름은 조직 말단에서 권력 정점으로 올라가는 서사 구조를 암시합니다.
결론
저는 이 시리즈를 단순한 액션 프랜차이즈로 본 적이 없습니다. 1편이 "정의가 존재하는가"를 물었고, 2편이 "그 질문을 끝내 무시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줬다면, 3편은 "그 폭력이 결국 어디로 가는가"라는 마지막 물음에 답해야 합니다. 그게 안 나오면 이 시리즈는 영원히 미완인 채로 남습니다.
베네치오 델토로가 복귀하고 테일러 셰리던이 각본을 직접 손본다는 소식만으로도 제게는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일정이 잡히는 대로 계속 주시할 생각입니다. 비슷한 기대를 품고 계신 분들이라면, 일단 2편을 한 번 더 보면서 미겔과 알레한드로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음미해 보시길 권합니다. 거기서 3편의 씨앗이 이미 심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