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5는 1편 개봉 31년 만에 나온 신작으로, 구조 자체가 1편의 리부트(reboot)입니다.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 솔직히 "또 만드네" 싶었는데, 아들과 함께 극장을 나오면서 제가 먼저 말문이 막혔습니다. 아이보다 어른인 제가 더 많은 걸 가져온 영화였습니다.

1편 구조가 그대로 살아난 신캐릭터들의 배경
앤드루 스탠턴 감독은 이번 작품을 기획하면서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근본 테마, 즉 "장난감의 공포"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 공포란 결국 최신 장난감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었죠. 그래서 5편의 핵심 갈등은 보니의 최애 인형 제시가 첨단 기술을 탑재한 신캐릭터 릴리패드에게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릴리패드란 단순한 악당 기계가 아니라, 보니를 돕겠다는 목표는 분명하지만 감정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AI(인공지능) 장난감입니다. 쉽게 말해 좋은 의도를 가졌지만 방법이 서툰 기계인 셈이죠. 감독은 릴리패드와 버즈 라이트이어가 형제 같은 캐릭터라고 직접 밝혔고, 두 캐릭터의 색상이 연두색과 흰색으로 비슷한 것도 의도된 연출이라고 합니다.
새 캐릭터 스마티 팬츠는 코난 오브라이언이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제작진은 유명세가 아니라 오직 목소리의 기억성과 캐릭터 적합성만 보고 캐스팅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캐릭터의 손잡이를 코난의 금발 머리를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만들 만큼 애정을 담았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데, 스마티 팬츠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극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블레이즈는 아홉 살로 보니보다 한 살 많지만 인형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보니의 롤모델(role model)로 설정했다고 밝혔는데, 롤모델이란 행동과 태도의 기준이 되는 인물을 뜻합니다. 반대로 릴리패드를 통해 연결된 소녀 3인방은 동심을 잃어버린 채 인형 놀이를 조롱하는 아이들로, 전자기기를 너무 빨리 접한 현시대 아이들의 단면을 그대로 반영한 캐릭터들입니다.
- 릴리패드: 보니를 돕고 싶지만 감정 이해가 불가능한 AI 장난감, 1편의 버즈와 대응되는 캐릭터
- 스마티 팬츠: 코난 오브라이언 성우, 노란 손잡이는 그의 금발 머리를 상징
- 블레이즈: 보니의 롤모델,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당당한 아홉 살
- 소녀 3인방(첼시·하이디·카라): 조숙해진 현대 아이들을 반영한 대척점 캐릭터
숨겨진 이스터에그와 제시·우디 서사의 완결
픽사는 매 작품마다 이스터 에그(Easter egg)를 곳곳에 숨겨두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스터 에그란 제작진이 관객을 위해 의도적으로 숨겨둔 숨은 메시지나 참조물을 의미합니다. 5편에서도 예외가 없었는데, 1편의 피자 플래닛 트럭이 짧게 등장하고 구름 벽지는 칠판 그림으로 변형되어 나타납니다. 버즈와 우디가 대결하는 차량 번호판에는 'TS5'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토이 스토리 5편의 약자로 추측됩니다.
제가 특히 마음이 많이 갔던 건 에그맨 무버스 이스터 에그였습니다. 1편에 등장했던 이삿짐 회사 에그맨 무버스는 픽사의 미술 감독 랄프 에글스톤의 별명에서 따온 이름이었는데, 그가 2022년 세상을 떠난 뒤 5편에서는 '에그맨 테크놀로지'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합니다.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조용한 헌사였는데, 그 장면을 알아보고 나니 괜히 뭉클해졌습니다.
기존 캐릭터 서사 측면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부분은 단연 제시의 이야기입니다. 토이 스토리 2편부터 팬들 사이에서 "에밀리가 앤디 엄마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져 왔는데, 5편에서 에밀리는 블레이즈가 사는 집의 이전 집주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오랜 논란이 공식적으로 종결됩니다. 에밀리가 어른이 된 후 자신의 딸에게 '제시'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정이 추가되면서, 제시는 버림받았다는 상처 대신 에밀리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심경 변화는 머리끈이라는 소품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됩니다. 내러티브 디바이스(narrative device)란 이처럼 이야기 속 특정 소품이나 장치를 통해 캐릭터의 내면 변화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영화적 기법입니다. 제시가 영화 끝에서 노란 리본 대신 에밀리가 상자에 남겨둔 구슬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는 장면이 바로 그 순간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옆에 앉은 아들 얼굴을 슬쩍 봤는데, 아이도 뭔가를 느낀 듯 조용했습니다.
우디는 4편에 이어 색이 바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주인 없이 떠돌며 자신의 외형보다 인연을 찾는 데 집중한다는 가치관의 변화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등 뒤의 꿰맨 흔적 역시 4편에서 개비 개비에게 소리 상자를 넘겨준 설정이 그대로 이어진 디테일입니다. 감독이 말한 "제시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해 5편에서는 제시가 우디를 대신해 장난감들을 진두지휘하는 장면을 중심에 배치했고, 픽사 내부에서도 버즈 대신 제시를 밀어주는 게 맞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감독이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라고 합니다.
기술과 인간성의 공존, 그리고 속편 전망
영화가 끝나고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결국 우리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저 역시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아이도 전자기기 사용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 꽤 됐습니다. 그런데 5편이 말하는 건 "기술이 나쁘다"가 아니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감독은 릴리패드가 상징하는 최신 기술이 무조건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영화 속 릴리패드는 인류를 위협하는 악당이 아니라 방법이 서툰 기계일 뿐이며, 50개의 최신형 버즈들도 처음엔 군인처럼 냉정하지만 한 소년의 품에 안기자 진심으로 기뻐합니다. 인간성(humanity)이란 여기서 기술이 가질 수 없는 감정적 온도와 맥락 이해 능력을 뜻하며, 영화는 기술이 인간성과 결합할 때 비로소 진짜 가치를 얻는다고 말합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예상 밖이었던 건 보니의 이야기였습니다. 보니는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자신과 맞지 않는 무리 속에서 본모습을 억지로 깎아내며 노력하지만, 결국 소외감만 맛봅니다. 반면 블레이즈는 보니가 억지로 바뀌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친구였습니다. 집단에 억지로 섞이는 것보다 나를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의 연결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솔직히 어른인 저한테도 필요한 말이었습니다.
픽사 애니메이션의 구성 방식인 역방향 스토리텔링(reverse storytelling)도 흥미롭습니다. 역방향 스토리텔링이란 주인공 장난감의 미래를 먼저 확정한 뒤 그 결말로 향하는 과정을 역으로 설계하는 각본 기법으로, 토이 스토리 3편 작가 마이클 안트의 아이디어 메모에서도 확인된 방식입니다(출처: Pixar Animation Studios). 5편 역시 이 방식으로 장난감들이 맞이할 두 가지 미래, 즉 완전한 대체와 공존 사이에서 공존을 선택하는 결말을 먼저 정하고 이야기를 짜 내려간 것으로 보입니다.
쿠키 영상에서는 보니와 블레이즈가 할로윈, 겨울을 함께 보내고 두 가족이 피크닉을 떠나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50개의 버즈 군단은 놀이터에 떨어져 동네 아이들의 인기 장난감이 됩니다. 감독은 이미 6편과 7편의 스토리를 기획해 두었으며, 후속편은 보니가 아닌 다른 아이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가족과 핸드폰을 내려놓고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는데, 토이 스토리가 31년째 이런 생각을 끌어낸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대단한 일 같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자주 묻는 질문
Q. 토이 스토리 5 쿠키 영상 있나요?
A. 있습니다.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면 보니와 블레이즈가 할로윈, 겨울을 함께 보내고 두 가족이 피크닉을 떠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50개의 버즈 군단이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Q. 에밀리가 앤디 엄마라는 게 사실인가요?
A. 5편에서 공식적으로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에밀리는 블레이즈가 살고 있는 집의 이전 집주인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어른이 된 에밀리가 자신의 딸 이름을 '제시'로 지었다는 서사가 추가됩니다. 2편부터 이어진 팬들의 오랜 추측이 이번 작품으로 공식 종결된 셈입니다.
Q. 토이 스토리 6편도 만들어지나요?
A. 감독 앤드루 스탠턴은 6편과 7편의 스토리를 이미 구상해 두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공식 제작이 확정된 건 아니며, 후속편이 만들어진다면 보니가 아닌 다른 아이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Q. 릴리패드가 악당 캐릭터인가요?
A. 악당이 아닙니다. 릴리패드는 보니를 돕겠다는 목표를 가진 AI 장난감이지만, 감정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보니와 맞지 않는 아이들과 연결시켜 주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자신의 실수로 보니가 상처받자 스스로 곁을 떠나려 결심할 만큼 보니를 아끼는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Q. 어린 아이와 함께 보기 괜찮은 영화인가요?
A. 제가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봤는데, 아이도 나름대로 느끼는 게 많았는지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의 모험과 웃음도 충분하고, 어른이 함께 보면 또 다른 감정을 가져가는 영화입니다. 가족 단위로 보기에 좋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토이 스토리 5는 1편의 구조를 빌려 31년 뒤 세상에 맞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기술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인간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그리고 억지로 어울리는 관계가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영화는 극장을 나온 뒤 대화가 길어질수록 좋은 영화입니다. 아들과 함께 보고 나서 핸드폰을 내려놓고 같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제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극장에 가보시길 권합니다.